20180503 ~ 20180526 서울성모병원
처음엔 동네 내과에서 간염으로 추정해 통원을 하다가
배가 부풀어 오른 것이 이상해서 초음파 검사 후 농양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부랴부랴 CT 촬영 후 큰 병원으로 가라는 소견서를 받아 서울성모병원 응급실로 향했어요
농양이 보통은 4~6cm 가량인데 교수님도 놀라게 만든 오빠의 농양 크기는 무려 지름 15cm
교수님도 몇 년 새 이렇게 큰 사이즈는 처음이라고 하셨어요;;
15cm짜리 공이 뱃속에 들어있다고 생각하면 되는...;;;
병원에 도착해 일단 탈수로 인해 포도당을 연결하고 간 치료.. 영양제.. 같은 헤파타민등 주사액을 세 개나 주렁주렁 달고..
농양에 호스를 연결해 고름이 바깥으로 흘러나오게 해서 치료를 해야 한다고 해서
호스를 삽입하는 카테터 시술을 위해 상의만 먼저 수술복으로 갈아입었어요
황달 수치가 높아 피부색도 최악 여러모로 컨디션도 최악이었던 상태
배액관 삽입하는 곳
한 시간 정도 후에 실려 나온 모습 ㅠㅠ
산소 포화도가 낮아서 열흘 정도 산소줄을 꼈었어요
보기 불편할 수 있는 사진이기에 작게..;
옆구리에 구멍을 내고 저렇게 배액관을 연결해 놓으면
주머니로 고름이 빠져나와서 농양이 줄어들면서 치료가 되는 것이라고 해요
폐에 물도 좀 찼었지만 다행히 물의 양이 시술이나 수술을 해야 할 정도의 양은 아니어서
항생제 치료로 하기로 했어요
깨알 서울성모병원 입원실 비용이에요 ㅎ
그리고 그 밑에는 메르스 이후로 강화된 면회 제한 안내입니다 ㅎ
실제로 병실층에 내리면 병실로 가는 복도 입구에 환자 1인당 1명의 보호자까지만 바코드 팔찌를 줘서
입구에 바코드 인식기를 설치하고 출입에 제한을 두고 있었어요
처음에 2주 정도 지냈던 2인실에서 바라본 바깥 풍경이에요 남산타워까지 보이더라구요
답답하고 불편한 병원생활이었지만 6층에 있는 공원이나 병실에서 보이는 풍경들은 몇 안되는 즐거움이었어요 ㅎ
입원 첫날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랑 함께 왔던 햇님이
오빠가 아프기 시작하고 입원기간 동안 그리고 지금도 ㅠ 아직은 외할아버지댁에 있는 햇님이에요
오빠가 배액관 삽입했던 곳을 꼬메놓은 상태라 혹여나 아이가 뛰어들어서 상처를 건드릴까 봐
부모님이 일주일 정도 더 봐주시겠다고 해주셔서 떨어져 있답니다..
너무나 힘드실 부모님도 걱정되고.. 햇님이도 너무 보고 싶고 그렇네요 ㅎ
입원 둘째 날부턴 여전히 산소포화도가 낮기도 하고 호흡이 너무 짧고 잔기침이 자꾸 나서
산소줄도 유지하고 네블라이저 치료를 추가로 하게 됐어요
그리고 입원한지 나흘째 되던 7일 이때부터 주사 라인 잡기 전쟁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ㅠ
간 영양 주사액을 24시간 달고 있고 영양부족으로 인해 단백질 주사와
혈관을 가장 너덜너덜하게 만드는;; 진통제!!
진통제는 4시간 이 지나야만 또 맞을 수가 있는데 그걸 매 가능 시간마다 맞았답니다 ㅠ
너무 아파서 맞긴 했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 아닌 부작용으로 정맥염이 자꾸 생기면서..
점점 라인 잡을 곳이 사라져갔더랬죠 ㅠ
그래서 라인 잡을 때마다 정맥 주임간호사 선생님이 계속 오셨더라는...;;;
밑에 붉게 보이는 부위가 정맥염이 생긴 곳인데요 정맥염은 말 그대로
정맥에 염증이 생기는 것으로 붉게 변하고 몽우리가 잡혀서 부어오르며
만지거나 움직이면 아프고 통증이 느껴지는데요
정맥염을 예방하려면 링거 주사를 맞을 때 주삿바늘이 들어가서 주사액이 들어가는 부위가 부풀거나 아프거나 하면
빨리 라인을 다시 잡아야 하고요 이미 아프거나 몽우리가 잡혔다면 얼음찜질을 해주는 게 좋다고 해요
그리고 한자리에 3일 이상 주사하지 않는 것이 정맥염을 예방하는 방법이라고 하네요
입원한지 일주일 만에 처음으로 병실 밖 나들이를 한 날이에요
지하에 범산목장 아이스크림이 있어서 아이스크림 하나씩 사들고 6층에 있는 공원에서 잠시 바람도 쐤더랬죠
이렇게 가장 힘들었던 일주일이 지나갔답니다
처음엔 정말 화장실도 못 가고 밥도 혼자 못 먹고 호흡도 너무 짧고
진짜 머릿속에서 별별 안 좋은 상상이 다 될 지경으로 상태가 안 좋았었어요
간농양이 굉장히 흔한 질병이기도 하지만 정말 한 끗 차이로 죽을 수도 있는 질병이더라구요
염증이 어딘가로 퍼졌거나 아님 주머니가 터졌으면
패혈증으로 죽을 수도 있는..
그리고 더 무서웠던 이유는 오빠 백혈구 수치가 현재 패혈증이래도 이상하지 않을 수치였거든요
화와 짜증이 엄청났던 오빠의 투병생활에 진심 화가 나는 순간도 있었지만..
그냥.. 하나하나 감사하며 견뎌냈던 것 같아요
이만큼 좋아진 것도 감사하다.. 이걸 할 수 있게 된 것만도 감사하다 이러면서요 ㅎ
훨씬 더 큰 병으로 투병생활하시는 분들이나 보호자분 들이 보시면 좀 우스울지 모르겠지만
아팠던 순간 오빠는 고통이 지옥이었고 저는 공포와 불안함이 지옥 같았거든요
내일 포스팅은 치료 과정이나 실제 수치들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그리고 병원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몇 가지 에피소드를 쓰려고 합니다 ㅎ
제 포스팅이 만성피로, 만성 음주 생활하시는 분들, 그리고 실제 간염이나 간농양을 겪고 계신 분들에게
1이라도 도움이 되어드린다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밑에 사진들은 새벽에 잠 안 올 때 병원 돌아다니면서 괜스레 찍어 남겨놨던 안내문들이에요 ㅎㅎ
내일 또 만나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