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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신부터 첫돌

산후우울증

아기를 낳고 집에 돌아와 한 달 반 정도.. 나는 정신적으로 너무 피폐해지고 있었다

말도 안 되는 피해 의식, 질투와 시기, 우울함들로 자존감은 바닥을 치고, 거기다 더 문제인 건 내가 그러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그때 드는 생각은
왜 내 부모님까지 아기한테만 신경을 쓰는 거지?

왜 아무도 나는 걱정해주지 않는 거지?
이런 생각을 하는 나는 모성애가 없나?

나는 이제 애를 낳았으니 그저 애한테 젖만 주는 밥통일 뿐인가?
나는 내가 먹고 싶은 것도 못 먹고 애한테 젖을 주기 위한 것들만 먹어야 하는 건가?

나는 이제 내 생활 같은 건 할 수 없는 건가? 나를 생각하는 건 나 하나뿐이구나..

지금 돌이켜 보면 허무맹랑 중2병에 가까운 상태였고 내 무한 우울과 짜증의 화살은 가장 가까운 엄마와 오빠에게 향해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미안하고 죄송하고 고맙고 그런 마음뿐..

그때 당시 내 생활은 여느 출산한 엄마들과 마찬가지로 잠은 제대로 잘 수 없으며 온몸은 쑤시고 허리는 디스크를 향해 달려가느라 점점 몸을 움직이기도 어려워지고 있었다

거기다 먹는 것도 뭐 하나 마음대로 먹을 수 없고 오로지 모유 수유를 위해 맞춰진 식단에 밖에 나가는 건 당연히 불가하고 그러니 점점 더 우울함에 지쳐갔었다

100일이 되어 갈 무렵에서야 좀 정신을 차리고 돌아보니
아 이게 산후우울증인 거였구나 하는 걸 깨달았다

불행 중 다행으로 우울증을 겪어내는 기간이 심하게 길진 않았고 햇님이에게나 나에게나 뉴스에 나올 만큼 극단적이진 않았다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오빠는 그런 시간들이 다 지나고 나서야 나에게 얘기해 줬는데 회사에 있을 땐 내가 뭔가 극단적인 어떤 일을 하진 않을까 하는 불안함들까지 있었다고 했다

나는 임신과 출산에 지식도 부족했고 준비와 대처능력도 많이 부족했던 엄마라 내가 겪고 지나 보내기까지 산후우울증이란 것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었다

미리 좀 알았더라면 그래도 내가 내 상황을 인지하고 좀 더 빨리 극복하거나 아니면 생각의 방향이 좀 달랐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아있긴 하다

둘째를 가지고 낳게 되거든 그땐 좀 의식적으로 우울증이 오더라도 빨리 극복해 봐야지

#우울함은 #가장무서운 #내면의적 #HP채우고 #MP로이겨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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